오늘 중딩 아이가 방에 남겨놓은 카드를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마지막에 부모님 사랑해요라고 쓰여 있는 걸 보니 어버이날에 주고 싶었는데 쑥스러워서 못준 것이 아닌가 싶더라고요
그 안에는 이문재 시인의 시 "농담"이 적혀 있었습니다. 아이가 언제, 왜 이 시를 적어 놓았는지 궁금해지면서, 그 순간 저는 잠시 멈춰 서서 그 시를 다시 음미하게 되었습니다.

이문재의 "농담" 전문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이 시를 읽으며, 아이가 이 글을 통해 무엇을 느끼고 싶었을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농담"은 겉보기엔 간단한 시어로 이루어져 있지만,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담아내는 작품입니다. 특히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떠오르는 얼굴"이라는 구절은 사랑의 본질을 잔잔하면서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아이의 카드에서 만난 낯선 시
카드를 발견한 순간, 저는 아이가 이 시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하려 했거나, 아니면 단순히 이 시의 아름다움에 끌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의 방은 늘 작은 비밀들로 가득한 곳이죠. 책상 위에 어지럽게 놓인 연필, 색색의 포스트잇,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이 시는 마치 아이의 마음 한 조각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농담"이라는 제목은 묘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농담(弄談)"은 장난스러운 말을 뜻하지만, "농담(濃淡)"으로 해석하면 감정의 농도, 즉 짙고 옅음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아이는 이 시를 통해 가벼운 농담처럼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 마지막 구절,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 종은 더 아파야 한다"에서처럼, 깊은 감정의 울림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요?
시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이문재 시인의 "농담"은 일상 속에서 문득 마주치는 감정의 순간들을 포착합니다.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는 마음은, 우리가 사랑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반면, 아무도 떠올리지 않는 사람은 강하거나 외롭다는 구절은 우리에게 스스로를 돌아보게 합니다. 아이가 이 시를 적으며 어떤 사람을 떠올렸는지, 아니면 스스로의 감정을 탐구하려 했는지 궁금해집니다.
마지막 연의 "종소리" 비유는 특히 인상 깊습니다. 종이 더 큰 소리를 내기 위해 더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듯, 사랑이나 감정의 표현도 때로는 아픔을 동반한다는 메시지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깊은 울림을 줄 수 있는 구절입니다.
아이와의 대화, 그리고 시
이 카드를 계기로 아이와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시를 적어서 엄마아빠에게 주고 싶었던 거야?"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아이가 어떤 순간에 이 시를 만나게 되었는지,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들어보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 시는 아이가 학교 문학 시간에 배운 것일 수도 있고, 우연히 책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문장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든, 이 시가 아이의 마음에 남아 카드로 남겨졌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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