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필립 델롬은 누구인가?
장 필립 델롬(Jean-Philippe Delorme, 또는 Delhomme)은 프랑스 출신의 현대 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로,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 세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59년 프랑스 낭테르에서 태어나 에콜 나시오날 수페리어 데 아르 데코라티프(ENSAD, 1985 졸업)에서 수학한 그는, 1980년대 말부터 샤넬, 루이비통, 바니스 백화점 같은 글로벌 브랜드와 Vogue, Libération 등 유명 매체와 협업하며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명성을 쌓았습니다. 2015년 뉴욕에서의 첫 개인전을 계기로 본격적인 회화 작업에 집중하며, 도시 풍경, 정물, 인물화를 통해 '여기와 지금(Here and Now)'의 순간을 포착하는 고전적인 접근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2022년 출간된 모노그래프 《Paintings》에 2012~2022년간 175점이 수록되었으며, 페로탕 갤러리(Perrotin)를 통해 파리, 뉴욕, 서울 등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델롬의 그림은 세련된 색감과 정적인 분위기로 현대 생활의 본질을 담아내며, 루시안 프로이트(Lucian Freud)나 알렉스 카츠(Alex Katz)로부터 영향을 받은 흔적이 보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그의 작품에 사용된 주요 재료인 오일 페인트와 구아슈를 중심으로 특징과 활용 방식을 알아보겠습니다.
주요 그림 재료 1: 오일 페인트(Oil on Canvas)
특징
델롬의 회화는 주로 오일 페인트를 캔버스에 사용하는 전통적인 기법으로 완성됩니다. 그는 나무 프레임(wood frame)에 캔버스를 고정해 작업하며, 작품 크기는 소형(43.5 x 35.6 cm)부터 대형(199 x 134.5 cm)까지 다양합니다. 오일 페인트는 느린 건조 시간과 부드러운 블렌딩 덕분에 델롬의 '원-세션(one-time painting session)' 스타일—사진이나 미디어를 매개로 하지 않고 직접 관찰하며 한 번에 완성하는 기법—에 이상적입니다.
왜 오일 페인트를 선택했나?
- 깊이 있는 표현: 오일 페인트는 빛의 반사와 색의 깊이를 강조해, 델롬이 추구하는 '변화하는 빛 아래의 순간'을 생생히 담아냅니다. 예를 들어, 도시 풍경이나 정물에서 빛과 그림자의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는 데 적합합니다.
- 풍부한 텍스처: 그의 작품은 부드럽고 현실적인 텍스처로, 정물(책, 꽃)이나 인물의 자연스러운 포즈를 강조합니다.
- 고전적 접근: 루시안 프로이트나 알렉스 카츠 같은 화가의 영향을 받은 델롬은, 오일 페인트로 스타일화 없이 피사체의 존재감을 묘사합니다.
대표 작품
- 《Yellow flowers and Matisse book》(2023): 오일 온 캔버스, 우드 프레임(63.5 x 52.7 cm). 책과 꽃이 놓인 정물이 부드러운 색조로 표현됩니다.
- 《Anitra in Red Tee》(2024): 오일 온 캔버스, 우드 프레임(65 x 54.5 x 5 cm). 모델의 자연스러운 포즈와 색감이 돋보이는 인물화입니다.
- 《Lucian Freud and flowers》(2021): 오일 온 캔버스, 우드 프레임(55 x 46 x 2 cm). 페로탕 서울 전시에서 선보인 정물화로, 그의 영향을 엿볼 수 있습니다.
활용 사례
델롬은 2009년 뉴욕 부시윅 스튜디오로 이사하며 회화에 전념하기 시작했으며, 이 시기부터 오일 페인트를 주재료로 사용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가족, 친구, 일상 속 풍경(예: 부시윅 스튜디오 전망)을 주제로, 오일 페인트의 깊이 있는 색감과 텍스처로 현실적이면서도 서사적이지 않은 순간을 포착합니다.
주요 그림 재료 2: 구아슈(Gouache)
특징
델롬의 초기 경력은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로 시작되었으며, 이 시기에는 **구아슈(gouache, 불투명 수채화)**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구아슈는 물감의 불투명한 특성과 매트한 마무리로, 잡지, 포스터, 광고 캠페인 같은 인쇄 매체에 적합합니다. 1990년대 바니스 백화점 캠페인 작업에서 구아슈를 활용해 위트 있는 사회적 코멘터리와 세련된 스타일을 구현했습니다.
왜 구아슈를 선택했나?
- 빠른 건조와 강렬한 색감: 구아슈는 빠르게 마르며 선명한 색상을 유지해, 패션 일러스트의 세련된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 인쇄 매체 적합성: 불투명한 마무리는 잡지나 포스터에서 시각적 임팩트를 강화합니다.
- 사회적 코멘터리: 델롬은 구아슈로 앤디 워홀이나 장-미셸 바스키아 같은 아티스트의 스타일을 연상시키는 작업을 했으며, 글렌 오브라이언의 텍스트와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대표 사례
- 바니스 백화점 캠페인(1990년대): 구아슈를 사용한 패션 일러스트로, 뉴욕의 화려한 소비문화를 위트 있게 묘사했습니다.
- Vogue, Libération 일러스트: 구아슈의 매트한 질감과 강렬한 색감으로 패션과 사회적 메시지를 결합한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회화와의 차이
델롬은 2015년 이후 회화로 전환하며 구아슈 대신 오일 페인트를 주로 사용했습니다. 구아슈는 빠른 작업과 인쇄 중심의 일러스트에 적합했지만, 회화에서는 오일 페인트의 깊이와 텍스처가 그의 예술적 철학—직접 관찰과 순간 포착—에 더 부합했습니다.
오일 페인트 vs 구아슈: 델롬의 작업 스타일에 미친 영향
- 오일 페인트: 델롬의 회화는 느린 건조 시간과 블렌딩 가능성을 활용해, 정물과 인물의 미묘한 빛과 그림자를 표현합니다. 그의 작품은 스타일화 없이 현실을 담아내며, 고전적인 회화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합니다.
- 구아슈: 초기 일러스트 작업에서는 빠른 작업 속도와 강렬한 색감으로 패션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이는 델롬의 상업적 성공을 이끌었지만, 회화로 전환하며 더 깊이 있는 표현을 위해 오일 페인트로 이동했습니다.
장 필립 델롬의 작품은 그의 경력 단계에 따라 재료가 나뉩니다. 초기 패션 일러스트레이터 시절에는 구아슈를 사용해 빠르고 선명한 색감으로 인쇄 매체에 적합한 작품을 만들었으며, 2015년 이후 회화 중심으로 전환하며 오일 페인트를 주재료로 선택했습니다.
오일 페인트는 그의 '여기와 지금'을 포착하는 고전적이고 현실적인 스타일을 구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뉴욕, 파리, 서울의 전시에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델롬의 작품을 감상하며 오일 페인트의 깊이 있는 색감과 구아슈의 경쾌한 매력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입니다!
참고 자료:
- 페로탕 갤러리, “Jean-Philippe Delorme: Paintings” (2022)
- Jean-Philippe Delorme 공식 웹사이트, 작품 아카이브 (2025-08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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