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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보통 때와 다름없이 맛있는 저녁식사에 대한 기대에 한껏 부푼 표정으로 현관을 들어서면 나는 신혼 때처럼 종종걸음으로 그를 마중해 모자 먼저 받아 걸었다.
비록 늙은 얼굴에 걸맞지 않은 갓난아기 같은 민둥머리를 하고 있을망정 그는 매일매일 멋있어졌다.
너무 멋있어 가슴이 울렁거릴 정도로 황홀 할 적도 있었다. 일찍이 연애할 때도 신혼 시절에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건 순전히 살아 있음에 대한 매혹이었다.
그러고 나서 풍성한 식탁에 마주 앉으면 우린 더불어 살아 있음에 대한 안타까운 감사와 사랑으로 내일 걱정을 잊었다.
<여덞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박완서
-내가 좋아하는 lois dodd의 그림을 따라 그려봤다. 색감도 다르고 구도도 다르지만 의도는 그러했다 :)
제목은 기억이 안나는데 그림을 모사했던 내 마음은 아직 남아있다. 신기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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