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의 그림은 종종 자유롭고 추상적이며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그림은 점점 더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변한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날까? 이 현상은 단순히 기술적 숙련도나 경험의 증가 때문만은 아니다. 뇌의 발달 과정과 인지 능력의 변화가 이 전환의 핵심에 있다. 이번 글에서는 뇌과학적 관점에서 어린이의 그림이 추상적에서 논리적으로 변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린 시절의 추상적 그림: 뇌의 창의적 자유
어린아이들은 보통 2~5세 무렵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이 시기의 그림은 종종 형체가 모호하고 색상이 강렬하며, 실제 사물과는 동떨어진 추상적 형태를 띤다. 이는 어린이의 뇌 발달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전전두엽의 미성숙: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논리적 사고, 계획, 그리고 자제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다. 어린 시절에는 이 부분이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 아이들은 충동적이고 직관적으로 행동한다. 그림을 그릴 때도 세부적인 계획이나 현실적 재현보다는 즉흥적인 감정 표현과 상상력에 의존한다. 이는 아이들의 그림이 자유롭고 추상적으로 보이는 주요 이유다. - 시각 피질의 초기 발달:
시각 피질(visual cortex)은 사물을 인식하고 해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아이들은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사물을 전체적으로 "느끼는" 방식으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태양을 단순한 노란 원으로 그리거나 사람을 막대기 형태로 그리는 것은 사물의 세부적인 특징보다는 그들의 감정적, 상징적 이미지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 상상력과 감정 중심의 뇌:
어린이의 뇌는 변연계(limbic system), 특히 감정과 상상력을 관장하는 영역이 활발히 작동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 자신의 감정, 상상, 그리고 경험을 자유롭게 표현한다. 이 시기의 그림은 "논리"보다는 "이야기"와 "감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성장과 함께 논리적 그림으로의 전환
나이가 들면서, 특히 7~12세 무렵부터 아이들의 그림은 점차 현실적이고 논리적으로 변한다. 이는 뇌의 여러 영역이 발달하고 통합되면서 나타나는 변화다.
- 전전두엽의 발달:
학령기(6~12세)에 접어들면서 전전두엽이 급격히 발달한다. 이로 인해 아이들은 계획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그림을 그릴 때도 단순히 감정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비율, 원근법, 세부 묘사 같은 논리적 요소를 고려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집을 그릴 때 단순한 사각형과 삼각형이 아니라 창문, 문, 굴뚝 등 구체적인 요소를 추가한다. - 시각-공간 능력의 향상:
두정엽(parietal lobe)과 후두엽(occipital lobe)의 발달은 시각-공간 인식 능력을 향상한다. 아이들은 사물의 형태, 크기, 위치를 더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캔버스에 재현할 수 있게 된다. 이로 인해 그림이 점차 사실적으로 변한다. - 인지적 스키마의 형성:
스위스 심리학자 장 피아제(Jean Piaget)에 따르면,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점차 "보존 개념(conservation)"과 같은 논리적 사고를 습득한다. 이는 사물의 물리적 특성을 이해하고 이를 그림에 반영하는 능력으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는 사람의 얼굴을 원형과 점으로 단순화하지만, 나이가 들면 눈, 코, 입의 비율과 위치를 더 정확히 그리려 한다. - 사회적 학습과 교육:
학교 교육과 사회적 상호작용은 아이들에게 현실적인 그림을 그리도록 장려한다. 미술 수업에서 원근법이나 색상 이론 같은 개념을 배우고, 또래와 비교하며 자신의 그림을 "더 잘" 그리려는 동기가 생긴다. 이는 뇌의 사회적 인지 영역(예: 측두엽, temporal lobe)과 관련이 있으며,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능력이 그림의 논리적 발전에 기여한다.
뇌의 통합: 창의성과 논리의 균형
청소년기(12세 이후)에 접어들면 뇌의 여러 영역 간 연결이 강화된다. 특히, 좌뇌(논리적 사고)와 우뇌(창의적 사고)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의 발달은 창의성과 논리를 통합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시기에는 추상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그림을 그리면서도 현실적인 디테일을 추가하는 능력이 생긴다. 예를 들어, 현대 미술가처럼 추상적 스타일을 선택하더라도, 이는 의도적이고 논리적인 선택에 기반한다.
성인의 그림: 논리적 제약과 창의성의 재발견
성인이 되면 뇌는 완전히 성숙해 논리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종종 창의적 자유를 억제할 수 있다. 많은 성인이 "잘 그리기"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그림 그리기를 꺼리거나, 지나치게 현실적 재현에 집착한다. 반면, 전문 미술가들은 훈련을 통해 논리와 창의성을 균형 있게 활용하며, 어린 시절의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의도적으로 되찾는 경우도 많다. 이는 뇌의 신경 가소성(plasticity)이 평생 유지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어린이의 그림이 추상적에서 논리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은 뇌의 발달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어린 시절의 미성숙한 전전두엽과 감정 중심의 뇌는 자유롭고 추상적인 표현을 낳고, 성장하면서 전전두엽, 시각 피질, 두정엽의 발달은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그림으로의 전환을 이끈다. 하지만 뇌의 신경 가소성과 창의적 훈련을 통해 성인도 어린 시절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되찾을 수 있다. 그림은 단순한 예술적 행위가 아니라, 뇌의 발달과 인지적 성장을 반영하는 창(window)인 셈이다.
Why does a child's abstract picture go from a logical picture _ a brain science expla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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