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절을 당하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지만 거절당한 이후에 내 반응은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p 78
인간이 불안한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내 미래도 모르겠고 내 상태도 모르겠고 모르면 불안한 거다. 그림책 작가로 살아가다 보면 거절당하기도 하고 합의가 잘 돼서 작업을 같이 하기도 하고 그런 상황들의 반복일 거다. 내가 거절받는 상황이라. 거절당할까 봐 불안한 마음은 그리 기분 좋은 감정이 아니니 힘들 수밖에. 게다가 거절당하게 되면 그 이유를 자신에게서 찾게 되는 힘들 시간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선택받고 안 받고는 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의 비율은 반반이라는 사실도 기억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맞는 말이고 본인이 받아들이기만 하면 삶이 조금 더 살만한 세상이 되는 거다. 괴롭지 않고. 자신을 비판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언제나 있다. 내 안에, 혹은 주변에. 지금 하는 일을 너무 좋아한다면 사소하고 힘든 주변 감정들을 어떻게 대할지 신속하게 정리하고 그것에 집중하자.
∠ 그림책의 특징은 간결함에 있다. 짧은 문장에 뒤 섞인 그림들이 이해를 돕고 감정은 더 말랑말랑하게 하니까.
∠ 미래에 대한 걱정만 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움직이는 수밖에. 아주 미미한 한 걸음이라고 해도. 하루 종일 모든 체력을 그 미미한 한 걸음에 다 바쳤다고 해도 그렇게 조금씩 이동하다 보면 좀 더 명확한, 어제보다 조금 더 명확한 방향성이 생길 거다.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한다는 자신감을 갖고 나의 하루를 잘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장의 커다란 발자취는 오늘의 사소한 견딤이 쌓이고 쌓여서 생긴 거라 믿는다.
∠몰입하게 되는 순간은 짧다. 그 몰입의 순간을 넓게 펼쳐서 부분 부분을 세세하게 표현하는 섬세함. 교감의 촉이깊고 결이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을 잘 그리고 쓰지 않을까. 그 결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생각해보는 교감의 감정들을 간결하게, 담백하게 정리하는 작업을 거치면서 작가도 성장하고 작가의 그림책도 성장할 것만 같다.
∠ 그림 그리는 행위가 즐겁지 않다.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그림 그리는 행위가 즐겁지 않다. 내가 그렇다. 예전엔 그림 그리면 찾아오는 깊은 몰입감에 중독되어서 그렸던 게 아닐까. 오롯이 나만 생각할 수 있는 그 시간이 좋았던 거 같다. 하지만 100% 내 맘대로 그려지는 게 아니니까. 매번 나의 실력과 나의 바람 사이를 오가며 자기 타협도 하고 괴로워도 하고 그랬던 순간들을 지나 손을 놓게 된 채로 몇 년이 지나버리니 그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점점 더 커진다.
책에 소개된 작가는 그래서 그림에 대한 괴로움을 내려놓고 그림보다는 글에 집중해서 그림책을 만들어 보자 결심했다고 한다. 그림이 압도되어야 한다는 집착에 본인이 시달렸는데 그 마음은 이만 내려놓자 결심하고 다른 방법으로 한번 가보자 한 거죠.
저도 방법을 바궈야 할거 같아요. 다른 길도 있으니까. 생각해보면. 그림을 시작하는 게 목적이니까. 그림 실력에 대한 미련은 내려놓고 내가 그릴 수 있는 것을 그려보기로 했어요. 내 손맛이 뭔지 나도 잘 모르지만 시작은 해야 할 거 같아요. 미련이 남을 거 같거든요.
∠ 작업이 안될 때는 어둡고 힘든 시간을 그냥 견디는 것도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 쉽지 않다. 내공이 필요한 일이다. 글 중에서 다른 의도로 써진, 육아로 인해 인내의 시간을 보내는 작가에게 누군가 건넨 말이 생각난다. '육아에 얽매인 듯 보이지만 너도 지금 채워지려고 기다리는 거야. 조급해 하지 마'라는. 비슷한 결이 아닐까. 작업이 잘 안 되는 시간도, 내 일을 잠깐 멈춰야 하는 시간도 내 삶에서 어쩌지 못하는 순간들인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견딘다고 생각하고 누군가는 다시 잘 채우기 위해 비워내는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쪽이 나에게 도움이 될까. 어쩌지 못하는 나의 것은 잠시 내려놓고 현재의 삶에 조금 더 집중하면서 시간을 벌어보자.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때 그때 가볍게 산다 (1) | 2022.08.05 |
---|---|
태도에 관하여 (0) | 2022.08.01 |
박완서 마흔에 시작한 글쓰기 (0) | 2022.07.28 |
나는 자는 동안에도 돈을 번다 (0) | 2022.07.23 |
나에게 맞는 미니멀 라이프 (0) | 2022.07.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