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미로 글 쓰는 건 힘든 일인데 요즘 여자들은 하고 싶어 한다. 나도 글을 쓰고 싶다. 뭘 쓰고 싶은 건지도 모르면서 글을 쓰고 싶은 여자들 중 하나다.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의 이미지가 좋아 보여서, 혹은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 상상하게 되는 박완서의 글 쓰는 삶과 집안을 꾸려나가는 삶은 사뭇 전투적으로 교차된다. 고된 삶과 글을 병행 한다는 것은 어쩌면 전투적이어야 가능한 일일 지도.
∠ 글 쓰는 일이 이기적인가. 이기적이어서 삶에서 헌신을 요구받는 여자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게 글쓰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 책에서 밤새 글을 쓰고 아침에 남편 출근 시중을 들다 피곤해진 박완서가 남편에게 당신은 남에 일고 나는 밤에도 일하고 낮에도 일하고 좀 평등해 보자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이렇게 쿨한 할머니라니. 이 글에서 박완서는 남자와 여자가 법과 제도 앞에서는 평등하나 편안한 부부관계는 그런 평등에 기반하지 않고 자연이 만들어준 미묘하고 섬세한 불평등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도 모르게 공감을 꾸욱 눌러본다.
∠ 중년은 시간의 흐름을 본격적으로 인지하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운동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이 느껴지고 선명하게 잘 보이던 글씨들이 하나둘 흐릿해져 간다. 사실 죽음은 언제나 우리 옆에 있는데 인지할 기회가 잘 없다. 나의 죽음을 생각하게 되면 나의 남은 인생에 대해서도 사뭇 진지해지는데 낯설지만 소중한 시간들이다. 나의 삶을 계획하게 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에 대한 깊이도 궁금해하기도 하고 어떤 것을 실행에 옮길지, 어떤 것을 줄여 나갈지 내 인생이 진짜 내 인생처럼 느껴지는 순간을 만킥할 수 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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